'2만여 변호사 대표' 이찬희…'日기업 담합' 잡아낸 구상엽

입력 2019-08-04 18:14   수정 2019-08-05 02:54

Law & Biz

대한민국 법조인열전 (26·끝)
'마지막 서초동 세대' 사법연수원 30기



[ 신연수 기자 ] 사법연수원 30기는 그전 기수보다 100명 이상 많은 700명에 육박한다. 인원이 많은 만큼 이색적인 기록도 많다. 전체 수료생 678명 중 여성 수료생(86명)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연수원 생활 중 짝을 찾아 결혼한 동기 커플만 일곱 쌍이다. 그중 이창수 부장검사와 신선경 변호사는 남녀 동기 중 영어 실력이 가장 뛰어나 연수원 행사에서 매번 함께 통역을 맡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법조계와 동떨어진 분야에서 일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우도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 경호원 출신인 이경훈 변호사와 가정의학 전문의 출신 노태헌 부장판사, 치과의사 출신 장연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공인회계사 기자 경찰관 등 다양한 경력을 거친 합격생들이 나왔다. 30기는 연수원이 2002년 지금의 경기 고양시 자리로 이전하기 직전 서울 서초동에서 수료식을 한 ‘마지막 서초동 세대’이기도 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시 연수원 교수였다.

30기는 졸업여행도 특별했다. 금강산 관광이 허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0년 12월, 봉래호를 통째로 빌려 연수원생과 가족을 포함한 600여 명이 3박4일 북한 여행을 떠났다.

공정거래 분야 최고 전문가 구상엽

금강산 졸업여행 덕분이었을까. 30기엔 유난히 통일과 북한법에 정통한 전문가가 많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대학원에서 북한법을 전공, 북한이탈주민 지원 및 남북통일 법제정비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이다.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북한법과 통일법을 강의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엔 통일법제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전국 변호사 2만여 명을 대표하는 제50대 대한변협회장에 당선된 이 협회장을 두고 동기들은 ‘떡잎부터 달랐다’고 말한다. 30기 자치회 수석총무인 그는 연수원 시절부터 호방한 성격에 대외 활동이 잦아 모르는 동기가 없었다고 한다.

10년간 개성공단 법무팀장을 지낸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웅기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 남북 경협 전문가인 이수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법무부 통일법무과에서 일한 박기동 부장검사 등도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검찰로 간 126명의 동기 중 언론에 가장 자주 오르내린 이는 임은정 부장검사다. 평검사 시절부터 수차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검찰 내부 비판 글을 올려 ‘항명 검사’ ‘싸움닭’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7년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1심 공판검사로 처음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구상엽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 부장검사는 공정거래 형사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민법과 공정거래 형사 분야에서 두 개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피해를 입힌 일본 소형 베어링업체의 담합(2015년)과 일본 콘덴서 납품업체 담합(2019년)을 기소하는 등 국내 기업에 피해를 준 국제 카르텔 사건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박철우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초대 범죄수익환수부장을 맡으며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 운영자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검사 옷을 벗은 법무부 국가송무과장 출신 송길대 부장검사와 노동사건 전문가인 이헌주 부장검사도 검찰 내 30기 대표주자였다.

판사 출신으로 지난 5월 청와대에 입성한 김영식 법무비서관이 30기다.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그는 법원을 나와 법무법인 지평에 간 지 석 달 만에 청와대로 직행했다. 당시 법원에 사표를 낸 직후 정치권력기관으로 진출한 것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명수 사법부의 ‘얼굴’과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우정 법원행정처 공보관도 30기다.

IPO 자문 ‘톱’ 서태용 세종 변호사

국내 대형 로펌에도 30기들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통’ 최원탁 김앤장 변호사는 한국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법률사무소를 설립·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앤장의 중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권진홍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해외 로펌 평가기관으로부터 보험 분야 ‘리딩 로이어(Leading Lawyer)’로 선정되는 등 보험규제 및 금융규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통한다. 회계사 출신인 곽명철 변호사는 인수합병(M&A)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인수금융 자문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다. 최근 웅진코웨이, 투썸플레이스, CJ헬스케어 등 국내 주요 인수금융거래 다수를 컨설팅했다.

건설부동산계의 전통 ‘강자’ 법무법인 태평양엔 범현 변호사가 있다. 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태평양에 합류해 어소시에이트 시절부터 재건축·재개발사업, 플랜트사업, 주택건설사업 등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상암 DMC 개발사업 등을 컨설팅하고 지하철 9호선 건설 공사 관련 분쟁 사건 등을 맡았다. 같은 로펌 남문기 변호사는 정보기술(IT) 및 지식재산권(IP) 분야 전문가로 태평양이 국내 로펌 최초로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인 ISO27001을 취득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서태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공개(IPO) 법률자문 시장 ‘톱’이다. 지난해 최대 IPO로 꼽히는 애경산업을 비롯해 네오펙트, 대보마그네틱, 디아이티 등 일곱 건(총공모액 3428억원)의 자문을 맡았다. 박재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M&A 분야 ‘스타 플레이어’로 대유그룹의 동부대우전자 인수, 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인수, 라파즈한라 인수, 두산DST 인수 등을 성사시켰다. 또 다른 M&A 전문가인 강영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올해 초 대만 퉁이그룹이 한앤컴퍼니로부터 웅진식품을 인수하는 거래를 컨설팅했다. 뉴코아 등 다수 M&A를 성사시킨 안상현 변호사, 검찰 출신 형사 전문 홍경호 변호사도 화우에 있다.

이 밖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으로 미국산 소고기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유명세를 떨친 송기호 변호사,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한 노동 전문 변호사의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도 30기다. 사법시험 수험생들의 필독서인 <헌법 판례>를 쓴 정회철 변호사도 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지낸 장유식 변호사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편이다. 김종천 과천시장, 엄태준 이천시장도 30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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